부모님이 늙어간다는 걸 처음 느낀 순간

사람은 누구나 부모님이
늘 같은 모습일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어릴 적 기억 속 부모님은 무엇이든 해결해 주는 사람이었다.
무거운 짐도 번쩍 들었고, 밤늦게 아파도 업어서 병원에 데려가 주었고,
비가 오면 우산을 내 쪽으로 더 기울여 주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부모님도 나처럼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평소처럼 함께 길을 걷는데
부모님의 걸음이 예전보다 조금 느려진 것을 보게 되었다.
예전에는 내가 따라가기 바빴는데,
이제는 내가 걸음을 맞추기 위해 천천히 걷고 있었다.
별것 아닌 장면이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졌다.
'우리 부모님도 나이를 드시는구나.'
그제야 당연한 사실을 처음 실감했다.
또 어느 날은 무거운 물건을 들려고 하시는 모습을 보고 무심코 말했다.
"제가 할게요."
예전 같으면 "괜찮아." 하시며 먼저 들어버리셨을 텐데,
그날은 아무 말 없이 물건을 내게 건네셨다.
그 순간 괜히 마음이 아팠다.
부모님은 약해진 것이 아니라 세월을 살아오신 것이었다.
우리는 늘 부모님에게 받는 것에 익숙했다.
맛있는 음식을 해주시는 것도,
전화해서 안부를 먼저 물어보시는 것도,
명절마다 자식 걱정을 먼저 하시는 것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역할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부모님은 자식의 건강을 걱정하시고,
자식은 부모님의 건강을 걱정한다.
부모님은 "나는 괜찮다."고 말씀하시지만,
우리는 그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안다.
괜찮은 척하는 마음이라는 것도.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과 함께할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예전에는 '다음에 가야지.'라는 말이 쉬웠다.
다음 주에,
다음 달에,
조금 한가해지면.
그렇게 미루다 보면 어느새 몇 달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어 있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부모님도 우리를 기다리며 조금씩 나이를 드신다.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려고 한다.
길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괜찮다.
맛있는 밥 한 끼 함께 먹는 것.
차 한 잔 마시며 웃는 것.
별일 없다는 안부 전화 한 통.
부모님에게는 그런 평범한 시간이 가장 큰 행복일 수도 있다.
우리는 부모님의 사랑을 너무 오랫동안 당연하게 받아왔다.
하지만 부모님의 시간은 우리보다 훨씬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언젠가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조금 더 자주 웃어드리고,
조금 더 자주 손을 잡아드리고,
조금 더 자주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해야 한다.
부모님은 오래 살아서 소중한 사람이 아니라,
내 인생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늘 같은 자리에 있어 주셨기에 소중한 사람이다.
오늘 이 글을 읽고 부모님이 문득 떠올랐다면,
잠시 시간을 내어 전화 한 통 해보는 건 어떨까.
"잘 지내세요?"
짧은 한마디일 뿐이지만,
그 말은 부모님에게
하루 종일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선물이 될지도 모른다.
언젠가 우리는 오늘을 돌아보며 말하게 될 것이다.
'조금 더 자주 찾아뵐 걸.'
그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오늘이 가장 좋은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